김광석의 ‘일어나 / 서른 즈음에’, 그리고 그의 노래는 또 하나의 시대를 닫는다.

Screen Shot 2012 01 26 at 9.32.22 PM 569x600 김광석의 일어나 / 서른 즈음에, 그리고 그의 노래는 또 하나의 시대를 닫는다.

1990년대 베스트 앨범 100 : 김광석 의 ‘일어나 / 서른 즈음에’

김광석의 3집(1992)과 더불어, 정규 앨범으로는 그의 마지막 앨범이 된 4집은 김광석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돌파를 한 음반이었음은 물론 대중음악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음반(들)을 통해 그는 “한국 모던 포크의 진정한 계승자”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음유시인과도 같은 이미지가 그에게 부여된 것도 이 무렵일 것이다. 그는 말하자면 1990년대 소극장 라이브 공연을 통해 돌파한 (1980년대의 들국화처럼 정석적 의미의 음악 활동을 하나의 대안으로 성공시킨) 거의 마지막 주자가 아닐까.

김광석은 3집에 이어 이 앨범에서도 자신이 작곡한 곡을 수록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도 확보했음은 물론이다. 가령 결연한 의지를 담은 첫 트랙 ‘일어나’와 맨 마지막 곡 ‘자유롭게’, 또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소박하고 건강한 포크/포크 록의 미덕을 살린 작곡이라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3집에서도 들려주었던) 잔잔한 사랑 노래를 통해 진부하지 않은 어떤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이외에 김창기, 이무하, 노영심 등 여러 작곡가들로부터 받은 곡들 또한 서로 다르면서도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 물론 깊은 성찰적 태도의 ‘회귀’(황난주 작곡)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서른 즈음에’(강승원 작곡)가 주는 무게감이 이 앨범에 균형감을 부여한다. 김광석만의 풍부한 성량과 시정이 실린 가창과 더불어, 조동익을 비롯한 세션의 깔끔한 연주와 편곡이 이 앨범을 수작으로 만든 주효한 요소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꿈들을 위해… 그곳으로 가네”(‘바람이 불어오는 곳’), 또는 김지하의 시를 빈 “빛을 뿜던 저 꽃들은 가네”(‘회귀’)라는 토로가 아니더라도 김광석의 노래는, 그리고 김광석이라는 이름은 못 다한 꿈, 이루지 못한 사랑을 환기시킨다. 그의 목소리와 노래들에 어떤 그리움과 아쉬움이 배어있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 꿈과 사랑은 한 시절 어떤 집단들이 갈구했던 “아름다운 세상 참 주인된 삶”(‘끊어진 길’) 같은 거창한 화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개인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좌절하고 아파했던 흔적들을 그의 목소리는 반추하고 또 위로한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또 하나의 시대를 닫는다.

글 : 최지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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