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베스트 앨범 100 : Maroon 5 의 ‘Songs About Jane’
지금이야 초인기 밴드로 살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흑역사가 있었다. 고교동창 무리로 1997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던 카라스 플라워스(Kara’s Flowers)는 충분히 경쾌하고 싱그러운 노래를 남긴 유망주였으나 앨범의 대실패와 함께 뿔뿔이 흩어진 비운의 밴드가 되었다. 그룹이 분산된 후 보컬리스트 애덤 리바인(Adam Levine)은 본거지 LA를 떠나 뉴욕으로 이주해 대학생활을 누리는 동안, 전에는 몸에 와닿지 않았던 힙합과 어번(Urban) 등 여러 흑인음악에 강하게 매혹되자 과거의 멤버들을 소집해 새로운 사운드를 구상하게 된다. 새 이름 마룬 파이브, 그리고 새 앨범 [Songs About Jane](2002)으로 활동을 재개했지만 한동안은 ‘듣보’를 벗어나지 못했다. 존재와 작품이 진정한 빛을 본 시기는 2004년부터다. ‘Harder To Breathe’, ‘This Love’, ‘She Will Be Loved’, ‘Sunday Morning’ 등 주요 싱글은 세계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앨범은 빌보드 차트 6위로 어느 순간 솟아올랐다.
2000년대의 대표적인 슬리퍼 히트작(sleeper hit)으로 통하는 이 앨범은 각종 대중음악의 고른 안배이자 합리적인 집합이라 말할 만했다. 각각의 노래에는 무겁지 않은 소울, 진지하지 않은 록, 그리고 요란하지 않은 팝이 보기 좋게 섞여 있었다. 반복되는 주요 멜로디는 각인이 쉬웠고, 지나치게 느슨하지도 팽팽하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의 리듬이 노래 전반을 관통하고 있었다. 경험했던 사운드와 상상했던 사운드를 융통성 있게 결합한 결과였다. 출발은 불안했으나 관심과 반응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마침내 국내 소셜 네트워크의 도토리 시장까지 점령하게 된 마룬 파이브의 성공은 세계 다중의 복잡한 듯 간단한 보편적인 기호를 간파한 데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음악을 듣는 우리는 때때로 기발한 실험에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대개는 친숙한 구성과 흐름에 마음을 맡긴다. 후자에 집중하고 평가보다 반응을 상정했던 결과, 그들은 ‘호평’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글 : 이민희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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